당신과 나, 홍연으로 만나진 우리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 걸까요. 나는, 나는……처음에는 당신을 많이도 원망하고 미워하였었지만, 이제 더는 그리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나조차 몰랐던 내 마음을 내가 알아버린 이상, 나는…… 당신이 시작하였으며 내가 받아들인 홍연의 끝을 볼 때까지, 결코 당신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상처 입은 그에게서 눈길을 돌리지 않았을 뿐이지만 그 순간 연의 운명은 뒤바뀌고 말았다. 화란의 피를 이어받은 율족의 왕, 이지천운은 예도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공주 선우연을 요구하고, 원치 않는 길을 걷게 된 연은 그를 미워하면서도 쉽게 외면하지 못하는데…….


그녀 몸에 흐르는 피에 각인된 천륜을 어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해야만 했던 연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어차피 나란 존재는, 그때 예도국을 떠나온 그 이후 무엇도 될 수 없는 여인이었습니다. 단제의 유리꽃으로도, 완벽하게 제 아비와 왕실에 충실하는 공주도, 그 어느 쪽도 오롯이 선택할 수가 없었습니다…….’
감히 한 가지 바라고 또 바란다면, 그가 더는 상처 입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세상과 제 혈육으로부터 그토록 상처 입었다는 그 사내, 천운. 그가 그녀의 배신을 알고도 더는 그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하여…… 상처 입고 아파할 이도, 오직 그녀 하나만으로 그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진해림

인터넷 상에서는 류엘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역사로맨스 홍연, 창연, 흑루, 화인, 적루와 판타지 로맨스 카인의 연인, 마황의 연인을 출간한 작가.

둥지로 여기고 있는 로망띠끄와 줄리엣의 발코니 외에는 절대로 출몰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음. 부모님이 지어주신 본명에 근거하여 만들어낸 필명에 무한한 자부심을 품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