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대가 부인해도 우린 이미 오래전 부부가 되기로 혼약한 사이. 나는 두 번 다신 그대를 놓을 수가 없어. 설령 그곳이 지옥일지라도…….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뜨거운 사랑을 나눈 청아와 걸륜.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게 되어 있던 그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숨겨왔던 과거는 그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만다. 그리고 문혜 공주 역시 걸륜을 순순히 놓아줄 생각이 없는데…….
“정말, 나를, 한 번도 은애한 적 없소?”
평정심을 잃어버린 그의 목소리가 격심히 흔들렸다. 광포하게 소용돌이치는 눈동자가 청아에게 쏠려들었다.
“없습니다.”
그의 눈동자에 무수히 반짝이던 수많은 빛 조각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청아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무사로서 그토록 피나게 자신과의 싸움을 수련하지 않았더라면 이 순간, 이렇게 마음을 티내지 않는 게 가능했을까?
“후후. 그렇군. 하. 세월이 변하긴 변했구려. 내가 그대를 처음 봤을 그때, 그댄, 거짓말이라곤 할 줄 모르는 천진한 계집아이였는데…….”
“…….”
“기억해두오. 난 두 번 다신 그대를 손에서 놓아주지 않는단 것을.”
김채하
분명 당시는 최선을 다했다 하고 여긴 글인데,
항상 뒤돌아보면 왜 이렇게 아쉽고, 민망하고, 후회가 밀려오는지……,
가끔 괴로워 자학합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이야기,
언젠가 시간이 지난 뒤 펼쳐들었을 때 조금이라도
후회가 덜 남는 글을 쓰기 위해 몸부림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