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슬픔으로 사랑을 두려워하는 피아니스트, 이현. 그녀에게 런던은 오직 잿빛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축구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들라이커 헨리 루이즈. ‘친구가 되고 싶다’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것은 왜일까.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뜨거운 키스로 이어지는데…….
「잊지 않았지?」
부끄러운지 이현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네가 절대 못 잊게 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더 깊은 흔적을 남기고픈 욕구가 솟아났다. 키스를 나누었어도 경계가 불분명한 사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연인으로 발전하기 힘든 사이.
그것이 정확히 헨리와 이현의 관계였다.
한 번 입술을 맛본 것으로는 부족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위압적인 그의 그림자에 숨이 턱 막혔다. 그는, 무심한 듯하지만 너무 뜨거웠다.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하는 거리에서 숨결이 느껴졌다.
살 떨리는 설렘이 모든 것을 잊으라고 귓가에 속삭였다.
「……안 돼요. 헨리.」
조이혜
필명 : 미갈
글을 통해 사람을 봅니다.
사람의 사랑과, 그리고 저를 봅니다.
작가 연합 ‘줄리엣의 발코니’ 상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