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도 비치지 않는 신방은 지독하게 어둡다. 탁자 위에 놓인 나비 촛대만이 근근이 불을 밝히고 있다.
시야는 온통 붉었다. 붉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팔각창 너머로 보이는 검은 밤하늘에는 우울한 달무리가 떠 있다. 손끝에 느껴지는 기운이 습한 것으로 보아 내일은 비가 올 것이다.
그때 긴 회랑을 따라 발을 질질 끌며 다가오는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밤의 주인공, 새신랑이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신랑이 신방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붉은 면사포로 시야가 가려진 탓에 신랑의 발밖에 보지 못했다.
고개를 들자 그제야 괴물 신랑의 면상이 눈앞에 보인다.
봉두난발로 자신의 흉한 얼굴을 가린 신랑. 놈의 사방에 널린 모든 것들이 뒤집어쓰고 있는, 붉은 면사포만큼이나 곱고 길하다는 피의 색이었다.
나는 놈을 노려보았다.
놈은 괴물이다.
머리카락 아래로 보이는 얼굴은 붕대로 친친 감겨 있어서 내가 볼 수 있는 놈의 맨살은 손과 목, 턱의 일부가 전부였다. 허나 그 피부 전체에 검은 종기가 돋아 있었고 손가락들은 뒤틀려 굳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턱 쪽으로는 석화(石化)된 피부에 따개비처럼 딱딱하게 굳어 내려앉은 흉한 종기들이 보였다. 거기에 구부정한 등, 남자는 꼽추이기까지 했다.
놈은 괴물이었다. 지옥의 악귀를 옮겨다놓은 것 같은 행색은 괴물이 따로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놈을 이렇게 불렀다.
추면괴호(醜面怪虎).
저 끔찍한 괴물이 내 신랑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손이 저절로 부들부들 떨렸다.
아직은 참아야 해.
사내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헌데 한참이 지나도록 남자는 침상과 멀찌감치 떨어진 의자에 옹송그리고 주저앉아 움직일 줄을 모른다. 저 미련퉁이 같으니라고.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신선한 산해진미는 식어버린 지 오래다. 이대로라면 밤을 새울 기세다.
참다못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지긋지긋한 붉은 면사포를 걷어 얼굴을 내어 보였다. 놈은 내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 것 같았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계속 거기 계실 생각이십니까?”

그렇게 말을 건네도 요지부동이다.
참을 수 없어, 다시 말을 건넸다.

“제 옷은 제가 벗어도 되겠습니까?”

그제야 놈의 대답이 돌아왔다.

- 그대와 관계를 가질 생각은 없습니다. 소저는 제게 참으로 과분한 여인인 것을 아니까요.

그것은 전음(全音). 몸 안에 쌓인 내공(內功)을 운용해 은밀하게 말을 거는 것으로 보건대 무공을 아예 못 하는 무지렁이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봤자 괴물은 괴물일 뿐이다. 어떤 이해나 자비심조차도 펼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움직임을 방해하는 면사포를 완전히 제거해 침상 위에 내려놓았다.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가채까지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괴물 놈은 나를 쳐다보고 있지도 않았다. 빌어먹을.
분개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 채 조심스럽게 탁자로 다가갔다. 술병을 기울여 그 앞에 놓인 두 개의 잔에 술을 따랐다. 한 잔은 내 것이고 또 한 잔은 첫날 밤, 신랑의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상냥하게 운을 떼었다.

“저희를 위해 준비된 합환주입니다. 이 술도 마시지 않는다고는 하지 않으시겠지요?”

괴물이 내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이동시키며 전음을 건네왔다.

- 소저에겐 미안할 따름이오.

놈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침상으로 물러났다. 자리를 피해준 뒤에야 괴물 사내는 천천히 자신의 잔을 집었다. 술을 들이켜려다 말고 놈은 다시 내 반응을 살피듯 날 쳐다보고 있다.
빙그레 웃으며 나는 내 잔을 다 비웠다. 그러자 놈 역시 내 행동을 따라하며 술을 삼켰다. 검고 흉한 목울대에서 술을 넘기며 꿀꺽, 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그 직후 입 안에 머금었던 술을 술잔에 내뱉었다. 침상의 보료 위로 떨어진 잔에서 반쯤 남은 술이 비단 금침 이불로 스며들고 있다.
와장창. 멈춰 있던 사내의 손에서 술잔이 떨어져 깨졌다.
콰당. 곧이어 놈의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
놈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격렬한 고통에 시달려 사지가 뒤틀리고 있는 놈의 모습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허나 인간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냉정하게 내려다보고 있자 놈은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다.
왜 자신을 죽이느냐 묻고 싶은 것이겠지.
허나 놈은 입으로 말하는 대신 쇳소리가 뒤섞인 짐승의 신음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네놈은 단장초(斷腸草)를 삼켰다. 그것은 네 모든 장기들을 단번에 끊으며 네놈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고통은 잠시뿐이야.”

“하, 하…….”

놈이 웃는 것인지 괴로워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감히 나, 칠독문의 소문주 홍예화를 넘보려 했던 죄. 내 신랑이 되려 한 죄. 그것을 모두 죽음으로 속죄하도록 해.”

놈은 더 이상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사지가 끊어지는 듯한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며 이어지던 미세한 경련도 더는 없다. 움직임도 사라져버린 놈은 충격에 휩싸인 검은 눈을 부릅뜬 채 허공 어딘가를 노려보았다. 그 눈은 유일하게 인간의 것이었으나 무척이나 공허했다.
그러나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이것은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놈은 이미 숨이 멎었다. 맥박도 없다.
이것은 죽은 것에 불과했다.
나는 붉고 치렁치렁한 혼례복이 마냥 귀찮아졌다. 그 혼례복의 치맛단을 휘어 감으며 신방을 나섰다. 내 발자국 소리만이 복도를 따라 길게 메아리치고 있다.
검은 하늘에서는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 혼례의 첫날밤이었다.